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Mickey 17)은 2025년을 대표할 SF 영화로 기대를 모았고, 개봉 이후 역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에드워드 애슈턴(Edward Ashton)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클론과 정체성, 인간성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SF 스릴러다.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2013), 옥자(2017), 기생충(2019)에서 보여준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이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과 스토리텔링은 물론, 로버트 패틴슨, 스티븐 연, 나오미 애키,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등 초호화 캐스팅이 돋보인다.
1. <미키17> 개요
영화는 미래의 한 우주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지구는 심각한 환경 문제와 자원 부족으로 인해 인류가 새로운 행성을 찾아 개척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인류가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파견된 원정대의 일원으로, 미지의 행성 ‘니플하임’에서 일한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다. "익스펜더블(Expendable)", 즉 ‘소모품 인간’이라는 특수한 역할을 맡고 있다. 우주 탐사에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며 죽더라도 새로운 몸으로 재생될 수 있는 존재이다.
미키는 ‘미키 17’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미 여러 차례 죽음을 맞이했고, 그의 기억은 새 클론에 업로드되어 되살아난다. 하지만 새로운 미키가 깨어나면서, 그는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왜 원정대는 계속해서 같은 인간을 되살리는가? 이전의 미키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리고 인간으로서 정체성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이 쌓이면서 미키는 원정대가 숨기고 있는 비밀과 함께, 클론이 단순한 도구로 전락하는 세상의 본질적인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미키가 점점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흥미진진한 전개를 펼친다.
2. <미키17> 주요 등장인물
미키(로버트 패틴슨)은 이번 영화에서 한층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이전에도 《더 배트맨》(2022), 《테넷》(2020)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클론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특히 미키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의심하고 점점 더 인간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패틴슨의 감정 연기는 압권이다. 클론이라는 설정이 단순한 SF적 장치가 아니라, 실존적인 철학적 고민으로 확장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하는 원정대 리더 버틀러는 극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중요한 캐릭터다. 그는 미키의 존재를 효율적인 ‘소모품’으로만 인식하며, 그의 반항적인 태도를 위험 요소로 간주한다.
버틀러는 마치 현대 사회에서 기득권층을 상징하는 듯한 모습으로, 클론이라는 기술을 단순히 도구로만 여기는 태도를 보여준다. 마크 러팔로는 냉철하면서도 인간적인 이중성을 가진 리더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나오미 애기가 연기하는 비앙카는 미키의 가장 가까운 조력자로 등장한다. 그녀는 미키에게 인간성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존재이며, 그의 변화를 돕는다.
비앙카는 원정대 내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미키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캐릭터다.
스티븐 연은 원정대 내에서 미키에게 유일한 동정을 보내는 엔지니어 역할을 맡았다. 그는 미키의 상황을 이해하고, 원정대의 비밀을 함께 파헤치려 한다.
특히 봉준호 감독과 <옥자>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스티븐 연은 감정적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3. <미키 17>메시지
봉준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미키는 죽을 때마다 다시 태어나지만, 과연 그는 같은 존재일까? 기억이 이어진다고 해서 그것이 ‘같은 인간’이라는 의미가 될까? 영화는 클론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미키는 필수 인력으로 쓰이는 ‘소모품’이라는 설정 자체가 현대 사회의 노동 시스템을 상징하는 듯하다. 기업들이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현실과 연결되며, 미키의 존재 자체가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는 거대한 우주 개척을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 탐험의 과정에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유머와 감성적인 연출이 조화를 이루며, 단순한 SF를 넘어서는 감동을 선사한다.
《미키 17》은 단순한 SF 액션 영화가 아니다. 철학적인 메시지,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어우러지며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로버트 패틴슨의 깊이 있는 연기와 봉준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만나, ‘클론과 인간성’이라는 주제를 철저히 탐구하는 수작으로 완성되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미키의 운명과 영화가 던진 질문들은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또 한 번,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을 탄생시켰다.